왼쪽부터 이승우 교수, 박윤지 연구교수, 박사과정 문숙진씨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면역세포는 장(intestine)에 살고 있다. 장은 장내 공생세균과 음식물 등 다양한 항원에 노출되는 공간으로 상황에 따라 적절한 면역반응을 유도해야 한다.

포스텍(포항공과대) 생명과학과 이승우 교수, 박사과정 문숙진 씨, 연구교수 박윤지 씨 연구팀은 장상피세포에 의한 T세포(intraepithelial lymphocyte, IEL) 분화 조절 메커니즘을 최초로 밝혔다. 이 성과는 올해로 125주년을 맞은 면역학 분야의 권위지인 ‘실험의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JEM)’에 최근 게재됐다.

장 조직 면역세포 중에서 상피층에 거주하는 IEL는 우리 몸과 밖을 한 층의 상피세포 경계를 두고 대치하는 세포이다. 즉 IEL은 우리 몸에서 가장 최전선에 위치하는 면역세포로서 항상 만날 수밖에 없는 공생세균 등과 접촉하면서 면역반응을 조절하고 있다. 따라서 IEL의 적절한 분화는 장내 면역항상성 조절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IEL이 장상피세포층 내에서 어떻게 분화되는지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IEL이 소장 말단부위에 특히 많이 존재한다는 점에 착안해, 소장 말단에서 특이적인 환경요인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소장 말단의 장내 공생세균에 의해 IEL의 거주지를 구성하는 장상피세포가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 클래스 II (MHC II) 및 1형 세포예정사 리간드 (PD-L1)를 더 많이 발현함을 밝혔다.

장상피세포는 이들 분자를 통해 장상피세포층 내로 들어온 T세포에 각각 항원 특이적 T세포 수용체 (TCR) 자극과 세포예정사 단백질 (PD-1) 자극을 제공해 IEL로의 성숙을 유도했다. 특히 PD-1 자극은 CD4 T세포의 마스터 조절인자인 ThPOK의 발현을 억제해 CD4 T세포가 IEL로 성숙하도록 유도했는데, 이는 기존에 보고된 적 없는 PD-1 자극의 새로운 역할이다.

이 연구는 기존의 면역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개념인 ‘전문항원제시세포로부터의 TCR 자극 및 보조자극에 의한 T세포 분화’가 전문항원제시세포가 아닌 조직세포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하나의 소장 내에서도 소장 근위부와 원위부 간에 장내 공생세균과 같은 환경요인으로 인해 장상피세포의 분자 발현이 매우 다르며, 이것이 소장 각 위치의 면역세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선도연구센터사업 이학 분야(Science Research Center, SRC)인 오가넬네트워크연구센터와 중견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이승우 교수는 “장상피세포가 CD4 IEL을 만들어 상피세포 층에 배치함으로써 장내세균 침입을 억제하는 것은 특수요원을 양성해서 작전지역에 배치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T세포 분화가 장상피세포에 의해서도 일어난다는 것은 장뿐 아니라 우리 몸의 대부분 조직에도 적용할 수 있어 조직세포의 역할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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